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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더스 DX 스토리

실제 사례 21] 남원에서 시흥까지 - 영업인의 하루

 

2025년 1월의 첫 출장,

남원의 아침이 밝아왔다.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도시 전체를

하얀 캔버스로 바꿔놓았다.

 

호텔 6층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원 일대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멀리 지리산 방향으로는 옅은 운무가 걷히고 있었고,

그 뒤로 붉은 태양이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체크아웃 준비를 하며 짐을 정리하는 동안,

어제저녁 통화했던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남원에 가면 새집 추어탕 꼭 가봐. 절대 후회 안 해." 

20년 넘게 영업을 하면서 전국의 수많은 맛집을 다녔다.

그의 말투에는 특별한 확신이 있었다.

 

침대 위에 놓인 서류 가방을 열어 

오늘의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후에 동탄 공장을 들렀다가,

저녁에는 시흥 배곧에서 미팅이 잡혀있었다.

여유로운 일정이어서 

아침 식사 시간을 여유롭게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창가로 다가가 스마트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남원의 아침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였다.

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은

마치 목화솜을 피워놓은 듯했고,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아침 연기는

그림 같은 풍경에 생동감을 더했다.

 

 

 

호텔 로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새집 추어탕의 위치를 검색했다. 

예상보다 가까웠다.

체크아웃만 마치면 바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로비에 도착해 체크아웃을 진행하는 동안,

프런트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새집 추어탕 가보신 적 있으세요?"

 

"네, 남원의 맛집이죠.

추운 겨울날에는 더 맛있습니다."

 

직원의 말에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는 순간,

차가운 겨울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발밑의 눈이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아침 해가 비치는 눈길을 걸으며, 

오늘 하루도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했다.

 

눈 쌓인 거리를 걸어 도착한 새집 추어탕은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았다.

한옥 기와를 얹은 2층 건물은

마치 작은 궁궐처럼 웅장했고,

수십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외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였다.

 

 

 

현관에 들어서자 각종 방송 출연

인증 사진들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전국 맛지도', '생생정보통', '수요미식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프로그램들의

방문 흔적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으며 실내를 둘러보았다.

아침 일찍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절반 정도의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특이하게도 대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묵묵히 추어탕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추천받은 대로 추어탕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밑반찬들이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했다.

 김치는 기본이고, 깍두기, 백김치, 파김치, 멸치볶음,

그리고 특히 눈에 띄는 오이지까지.

모든 반찬이 정갈하면서도 푸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뜨끈한 추어탕이 눈앞에 놓였다.

고소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보통의 추어탕과는 달리

국물이 맑고 깔끔했다.

 

첫 숟가락을 떴을 때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없었다,

 깊은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테이블 한쪽에는 '초피가루'라고 쓰인 통이 놓여 있었다.

호기심에 살짝 찍어보니 익숙한 산초 향이 났다.

평소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넉넉히 넣어 먹는 습관이 있어서,

이번에도 예외 없이 듬뿍 뿌려 먹었다.

초피가루의 알싸한 향과 추어탕의 깊은 맛이

어우러지자 천상의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오이지였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5년 이상 숙성된 것이라 했다.

이 오이지를 잘게 썰어 추어탕에 넣어 먹으니

또 다른 차원의 맛이 펼쳐졌다.

오이지의 아삭한 식감과

깊은 감칠맛이 추어탕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식사를 마치며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주방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의 손길 하나하나에 수십 년의 전통이

담겨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이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광한루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추어탕으로 몸을 데운 후 찾은 이곳은

겨울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백 년 된 목조 건물과 하얀 눈의 조화는 

시간을 거스른 듯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입구에서 마주한 안내판은

광한루의 새로운 면모를 알려주었다.

단순히 춘향전의 배경으로만 알고 있던 이곳이

동학 농민혁명의 시작점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1894년, 이곳에서 시작된 민중의 함성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는 설명을 읽으며,

이 평화로운 정원이 지닌 역사적 무게감을 실감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오작교였다.

연못 위에 놓인 다리는 생각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안내판에 따르면 이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를

본떠 만들었다고 했다.

백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연인들의 추억이 있는 다리라 생각했다.

 

 

눈 쌓인 정원을 거닐며 발자국을 남기는 동안,

이곳에서 펼쳐졌을 수많은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았다. 

춘향과 이몽룡의 로맨스, 동학농민운동의 함성,

그리고 수많은 연인들의 약속.

한 시간 정도의 산책은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 같았다.

 

누각 위에서 바라본 겨울 풍경은 더욱 특별했다.

멀리 지리산 줄기가 희미하게 보였다.

눈 덮인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시며,

이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하지만 시계는 이미 오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5시 동탄 공장 미팅을 위해서는 이제 출발해야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도 눈 덮인 광한루의 모습이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문득 생각했다. 영업이라는 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까.

출장길에 마주친 뜻밖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동탄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한적했다.

연이은 일정으로 피로가 쌓여가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무거워지고,

어깨는 뻐근해져 갔다.

11시에 먹은 추어탕이 든든했지만,

오후 3시가 되자 어김없이 출출함이 찾아왔다.

 

내비게이션은 앞으로  

20분의 주행 시간을 예고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이대로는 동탄 공장 방문과 

시흥 배곧 미팅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웠다.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정을 재검토했다.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동탄 공장을 들르면 시흥 배곧 미팅에 늦을 가능성이 컸다.

특히 서울 외곽 순환도로의 

퇴근 시간대 정체를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커피를 마시며 동탄 공장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문 일정을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담당자도 이해해 주었다. 

첫 거래처와의 신뢰가 중요한 만큼,

시흥 배곧 미팅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한 결정이었다.

 

휴게소를 나서며 내비게이션에 

시흥 배곧을 새로 입력했다.

예상 도착 시간은 오후 4시 40분.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일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흥 배곧의 한 일식당에서 저녁 미팅이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운전으로 지친 몸이었지만,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중요했다.

2025년 1월 6일부터 시행된 나라장터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은 업계 전체에 큰 화두였다.

 

"20년 만의 변화라 저희도 아직 적응 중입니다."

거래처 담당자의 말에 테이블에 있던

모든 이가 공감의 표정을 지었다.

특히 기존 자료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로 어떤 부분이 가장 불편하신가요?" 내가 물었다.

 

"검색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예전처럼 키워드로 찾기가 어려워졌죠.

그리고 규격서 등록 방식도 달라졌고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제안을 했다.

"일단 하루 잡고 다 클릭해 보는 게 어떨까요?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것 같은데요."

직접 부딪혀보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내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시스템을 함께 공부하고,

발견한 내용들을 공유하기로 했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의 변경사항을 정리해서

공유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저녁 식사를 마치며 창밖을 보니

상당히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남원에서 시작된 하루가 시흥에서 마무리되고 있었다.

몸이 많이 피곤했다.

 

"다음 주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이번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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