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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더스 DX 스토리

실제 사례 19 ] 새해의 기회 - 사포닌 계란이 만들어 준 인연

 

 

2025년 1월 1일, 새해의 첫 아침이 밝았다. 사무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정리하고, 컴퓨터 주변을 닦아내는 중이었다. 새해부터 대청소는 기분을 좋게 한다. 먼지 묻은 손을 닦아내려는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확인. 남원 양계장 형님이었다.

"재웅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네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 달 전 만났던 양계장 형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활기찼다. 그때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 회사의 차아 염소 산수 살균제와 보조사료. 그때는 단순한 아이디어 정도로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기계를 테스트하는데 우리 제품을 실험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

 

조달청 사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액상 비료였다. 스마트 팜이 성장하면서 자동 급수 시스템에 비료를 섞어 공급하는 방식이 늘어났다. 나는 그에 맞춰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라 예상했다. 조달청 종합 쇼핑몰을 둘러보던 날이 선명하다. 다수 공급자 계약에 액상비료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설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가슴이 뛰었다.

액상비료를 나라장터에 등록을 하기 위해 며칠 동안 제조사와의 미팅이 이어졌다. 그러다 제조사 대표님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비료를 닭에게 먹였는데 계란에서 사포닌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사포닌 계란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홍삼과 계란을 따로 먹는 것보다 계란 한 알 먹었는데 면역력을 같이 먹으면 획기적이라 생각했다. 나는 소규모로 닭을 키우는 농가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대부분 수십만 마리 단위의 대규모 양계장이었다. 10마리 정도로 적게 키우는 농가는 찾기 힘들었다.

 

지난여름, 수소가스 개발 업체와 미팅을 가졌다. 이 회사는 암모니아와 음식물 쓰레기에서 수소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었다. 핵심 과제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제거였다. 현재 산업용 탈취제 시장을 조사해 보니, 2024년 기준 조달 시장 규모가 75억 정도였다. 나는 이 시장이 앞으로 수백억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는 데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수소 에너지는 미래 운송 수단의 핵심 동력원이 될 것이다. 대형 트럭, 비행기, 잠수함, 선박 등이 전기와 수소 에너지로 전환될 전망이다. 특히 암모니아와 음식물 쓰레기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제거가 관건이다. 우리 제품은 이미 뛰어난 탈취 효과가 입증되었다. 환경 인증만 받으면 산업용 탈취제로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수소 에너지 시장의 성장과 함께 산업용 탈취제 수요도 급증할 것이므로, 이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수소 관련 거래처와의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여름 오후, 누군가 "시원한 생맥주 한잔 어떠세요?"라고 제안했다.

"그럼 치맥 한번 하시죠." 거래처 대표님의 제안에 모두가 환영했다.

가까운 치킨집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생맥주와 바삭한 치킨이 테이블에 놓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나는 최근 진행 중인 연구 이야기를 꺼냈다.

"아, 요즘 제가 재미있는 연구를 하나 진행 중인데... 사포닌 성분이 나오는 계란인데요, 어떠신 것 같아요?"

테이블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다.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운 주제였던 듯하다.

"그런데 소규모로 닭을 키우시는 분을 찾지 못해 시작도 못하고 있네요."

그때 대표님이 휴대폰을 꺼내셨다. "여보세요, 잘 지내나. 혹시 닭을 아직도 키우고 있나?"

간단한 설명 후 전화기가 내게 건너왔다. 통화를 해 보니 과수원을 하시는 분이셨다. 나는 주말에 샘플을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평범한 자리에서 시작된 대화가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 우연히 꺼낸 이야기로 실험 장소를 찾은 것이다.

 

이후 과수원 방문 기록을 정리하며 데이터를 검토했다. 당도 증가, 과실 크기 증대, 수확량 증가 등 모든 지표가 긍정적이었다. 다음 미팅을 위해 자료를 정리하며, 이 기회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토요일 오후 화성시 남양을 방문했다. 과수원 사장님을 뵙고 일단 우리 액상비료 자료를 보여주었다.

 

 

 

화성 남양의 과수원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봄을 준비하는 과수원의 적막한 풍경 사이로 사장님이 나를 맞이하셨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사무실로 안내받은 나는 가방에서 샘플과 자료를 꺼냈다.

"사장님, 제품 사용법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투명한 샘플 병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물 2000대 제품 1밀리리터 비율로 희석하시면 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2리터 페트병에 저희 제품 1밀리리터만 넣으시면 되는 거죠."

사장님이 신중한 표정으로 물으셨다. "그 정도로 효과가 있나요?"

"네, 이 자료를 보시면..." 준비해온 실험 데이터를 펼쳤다. "다른 농가에서 실험한 결과입니다. 당도가 15% 상승했고, 과실 크기도 평균 20% 증가했습니다."

사장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흠... 그런데 농약처럼 잔류 성분은 없는 건가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토양 개선 효과도 있어요. 혹시 남은 제품이 있으시다면 과수원에도 한번 시험해 보세요."

"그럴까요? 마침 테스트해 볼 만한 구역이 있는데..."

대화가 이어질수록 사장님의 관심은 깊어져갔다.

 

"이걸 상용화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그리고 가격은 어느 정도..."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장님은 화성 남양 조합장이셨다.

"일단 남은 걸로 테스트해 보겠습니다. 효과가 있으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 싶네요."

떠나기 전, 사장님은 과수원을 둘러보자고 하셨다. 끝없이 이어진 과수원에서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리 과수원이 이 지역 최대 규모입니다. 품질도 자부하고 있고요. 그만큼 새로운 시도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죠."

"네,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철저한 검증을 거쳤고요."

 

한 달 후 계란 5알을 받기로 하고 샘플을 전달해 주었다. 이제 시작이다. 한 달 후의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며, 책상 위 달력을 바라보았다. 오늘 전달한 샘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기대감에 가슴이 설렜다.

"일단 닭에게 물에 타서 주시고, 한 달 후에 계란 5알만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근데 효과가 있을까요?"

"네,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확신에 찬 목소리였지만, 사실 나도 긴장되었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매일 아침 달력을 보며 날짜를 확인했다. 밤에는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제조사에도 수시로 연락했다.

"혹시 예전에도 이런 실험을 해보신 적이..." "네, 있었습니다만 정확한 데이터를 남기진 못했죠."

드디어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받은 계란은 5알이 아닌 2알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최근에 산란이 좀 줄어서..."

실망스러울 법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 2알이라도 결과만 좋다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테니까.

마치 신줏단지를 모시듯 조심스럽게 계란을 연구소로 전달했다.

"2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연구원의 말에 다시 기다림이 시작됐다.

'이게 성공하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친환경 축산물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사무실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곧 새로운 아침이 올 터였다.

2주 후 결과가 나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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