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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더스 DX 스토리

실제 사례 14] 조달청 전문가의 하루 - MAS 공고 사냥의 기술

 

2024년 6월 10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달청 홈페이지를 열어 

다수공급자 계약 구매 입찰 공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하는 일이었다. 

스크롤을 내리다 특이한 물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면도기였다.

'아, 면도기도 조달청에서 구매를 하는구나...'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면도기 관련 발주가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즉시 조달정보개발 검색창에 '면도기'를 입력하고

과거 발주 이력을 확인해 보았다.

아무런 매출 기록이 없었다.

의아해하며 기존 공고들도 찾아보았지만, 전무했다.

6월 10일 올라온 완전히 새로운 공고였던 것이다.

요즘 말로 '새삥'이라고 해야 할까.

가끔 이런 신규 공고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럴 때면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

새로운 공고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했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빠른 행동이 필요했다.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가능한 한 빨리 등록을 진행해야 했다.

나는 즉시 휴대폰을 들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평소 친분이 있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형님~ 이번에 면도기 공고가 새로 나왔는데,

혹시 주위에 면도기 제조업체 있으시면 

연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제조업체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신뢰성이 떨어진다. 

또 정보만 주고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은 결국 지인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번 제품의 경우 중국 제품도 등록이 가능해 보였다. 

문득 몇 년 전 이커머스 사업을 준비할 때 

도움을 받았던 친구가 생각났다. 

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친구야, 잘 지냈어?"


"어, 예원아! 나야. 잘 지내고 있지. 요즘은 많이 바쁘네."


"혹시 기존 중국 업체 중에 

면도기 제조하는 업체를 알아볼 수 있나?"


"그거? 내가 가져올 수 있는데? 알아볼게."

통화를 끝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중국 제품을 등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내 궁극적인 목표는 달랐다. 

나는 대한민국의 제품을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여러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면도기 시장의 현황, 주요 제조업체들의 상황, 

가격 경쟁력 등을 꼼꼼히 조사했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을 때는 이렇게 빠르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공고와 공대의 

입학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제조업 부재를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인재들이 제조업 대신 서비스업이나

IT 분야로 몰리면서, 우리나라의 제조 기술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자료들을 보면서,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의 통계자료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2010년대 이후 제조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고,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이제 기술력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중국 제품을 등록하고, 

중국에게 제조업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자원 하나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우리에게는 제조업이 살길이고, 미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비전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국내 시장 관공서에만 판매를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계약을 맺은 제조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미 몇 가지 성과가 나오고 있었다.

액체비누의 경우 베트남 바이어들과 계약 직전까지 왔다. 

현지 시장조사 결과, 우리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또한 살균제와 소독제도 위생 관리가 취약한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지난 6개월간의 노력이 떠올랐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밤낮으로 자료를 찾고, 

현지 바이어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때로는 직접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한 걸음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제 면도기도 같은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 

중국 제품으로 시작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내 제조업체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 관리, 원가 절감, 디자인 개선 등 

많은 과제들이 있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창밖으로 초여름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산업협회 관계자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 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틀 후 송도로 향하는 차 안에서

준비해 온 자료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면도기 시장분석 자료, 수출 전략 기획안,

예상 수익성 분석표까지.

햇살이 좋은 6월의 오후,

송도의 높은 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예원아, 거기 주차하면 돼. 그 건물 15층이야."

친구가 보내준 위치로 차를 돌렸다.

송도의 매력은 크게 건설된 건물들 사이로

여유 있는 도로 상황이다. 

마치 강남의 새벽을 보는 것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오랜만이다. 넌 전혀 안 변했네."
"사업 구상만 하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거 보면."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생각하는 건 단순 수입이 아니야. 

중국 제품으로, 조달청에 올리는 거야."

"음,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이 어떻게 되는데?"

"우선 8월까지 중국 업체 선정하고 조달청 등록을 마무리하자.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시장 반응을 보면서

우리만의 제품을 수출 해 보자."

친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중국 업체 중에 내가 아는 곳이 있어.

품질도 괜찮고, 가격 경쟁력도 있을 거야?"

"오, 진짜? 어디?"

자료를 펼치며 구체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예상 물량, 품질 기준, 가격 협상 등 

세세한 부분까지 논의했다.

"그럼 8월 말까지 이 작업 마무리하는 걸로 하자."
"좋아. 다음 주에 중국 업체랑 화상미팅 한번 잡을게."

회의를 마치고 나와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저녁 먹고 가자. 근처에 맛있는 데 있어."
"그래, 오랜만에 제대로 한잔하자."

송도의 저녁 풍경을 배경으로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미팅룸의 딱딱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제는 편안한 친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근데 진짜 너 대단하다. 나는 아직도 하던 거만 하고 있는데."
"뭘. 안정적으로 잘 하고있는 네가 좋은 거지."

마주 앉은 친구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성공한 사업가의 여유가 보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늘 모범생이었던 그는, 

지금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착실하게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8월까지라... 타이트한데 할 수 있겠어?"
"해야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창밖으로 송도의 야경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새로운 도전도 저 불빛처럼 

하나둘 빛나기 시작할 것이다.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기며 우리의 대화는 더욱 깊어졌다. 

붉은 조명 아래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가정사로 흘러갔다.

"너네 애들은 잘 크고 있어?"

"큰애가 이제 5학년이야. 작은애는 3학년인데, 운동 신경이 좋아."

"오, 운동? 재능 있나 보네?"

"그런 것 같아. 얼마 전에는 수영 마스터 반이 되었어. 속도는 느리지만."

나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평소의 차분한 모습은 사라지곤 했다.

"너네 제수씨는 어때? 여전히 중국어 학원 하고 있나?"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너 골프? 실력은 좀 늘었어?"

"말도 마. 요새는 한 달에 한 번 채도 못잡아."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대화했다.  

소주 두 병이 비워질 때쯤, 

화제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고등학교 시절로 넘어갔다.

"야, 너 기억나? 농구할 때 농구공이 골대 사이에 낀 거?."

"아, 그때 다 쓰러졌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재밌네."

"그거 진짜 웃겼잖아. 결승골인데 그게 그렇게 낄 수가 있나."

추억 속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이런 추억이 아닐까.

밤이 깊어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학창 시절의 추억, 사회 초년생 때의 어려움, 

그리고 지금의 성공과 실패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늦은 밤, 포장마차의 붉은 조명 아래서 

우리의 우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야, 이제 그만 일어날까?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데."

"그래, 대리 기사님을 부르자."

 

마지막 잔을 비우며,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떤 성공과 실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든,

이렇게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자산이 아닐까.

 

대리 기사님이 오시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스쳐가는 야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업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내일은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다. 

오늘 추억을 나누며 충전한 에너지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때론 천천히 가더라도,함께 가는 길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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