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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더스 DX 스토리

실제 사례 15] 영업맨의 하루 - 신뢰의 시작과 마무리

 

 

평소보다 늦은 아침이었다.

전날의 과음이 남긴 숙취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 전원 버튼을 누르는 손끝이 무거웠다.

창밖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유난히 따갑게 느껴졌다.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 과장이 문을 두드렸다. 

그의 손에는 어제 미팅 자료가 들려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검토했겠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럴 기운이 나지 않았다.

 

공고 확인과 블로그 작성만으로도 숨이 가빴다.

시계는 어느덧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직원들의 업무 상황을 간단히 체크하고,

김 과장에게 미팅 정리를 부탁했다.

 

10시쯤,

마음을 다잡고 어제 만났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어떠냐?"

 

"아... 나도 힘들다. 너는?"

 

"그러게... 어제 좀 과했나 보다."

 

잠깐의 안부 인사가 끝나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넘어갔다.

친구는 이커머스 사업하던 시절 거래처를 

수소문해 보겠다고 했다.

다음 주까지 각자 업체를 알아보기로 했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눈을 붙이려는 순간,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온몸이 긴장했다.

영업사원 시절의 트라우마가 순간 되살아났다.

하루 200통이 넘는 전화를 받고 걸어야 했던 그 시절,

전화벨 소리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지금도 쉬는 시간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만큼은

정말 듣기 싫다.

하지만 이게 영업이 주는 숙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어제 면도기 업체 수소문을 부탁했던 선배님이었다.

 

 

 

선배님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벌써 업체를 찾았다고 했다.

중국 업체였는데, 한국 조달청 납품이라고 하니

무척 적극적이라고 했다.

단가 문의와 물류비 포함 견적도 부탁드렸다.

 

전화를 끊자마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제 만난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여러 업체의 단가와 제품을

비교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다행히 친구는 이해해 주었다. 

오히려 당연한 비즈니스 과정이라 생각해 주었다.

본인도 빨리 알아보고 샘플을 요청해 보겠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사업은 속도전이다.

빨리 등록하면 올해부터 발주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급해질 순 없다.

공고 조건에 정확히 맞추고,

좋은 제품을 경쟁력 있게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한 업체만 믿고 진행하다가 낭패를 본 경험도 있다.

그래서 언제나 여러 지인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다양한 업체를 알아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었다.

 

친구와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선배님께 전화를 걸었다.

같은 상황을 설명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배님은

'뭐 그런 걸 굳이 설명하나?'

하는 반응이셨다.

하지만 이런 작은 배려야말로

신뢰를 쌓는 기본이라고 믿었다.

 

 

 

 

 

책상에 놓인 커피가 식어가고 있었다.

한 모금 마시며 지난 경험들이 떠올랐다.

작은 오해 하나가 나중에는 커다란 문제로

발전하는 것을 여러 번 봐왔다.

때로는 프로젝트 전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인들과의 비즈니스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돈 문제는 늘 예민했고,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모든 걸 투명하게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창밖으로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이어진 통화들로 피곤했다.

모든 관계자들과 솔직하게 소통했다는 안도감 생겼다.

 

"대표님, 점심 드시러 가실까요?"

김 과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잠시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많은 전화들과 숙취로 피곤했지만,

점심은 챙겨 먹어야 했다.

전날 과음한 날 점심을 거르면

하루 종일 힘들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네, 같이 갈까요?

오늘은 가벼운 걸로 먹어야겠어요."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런 날은 청국장이 최고인데,

마침 찾아간 백반 집에서

오늘 메뉴가 된장국이라니 작은 행운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오전의 일들을 정리했다.

 

"과장님, 면도기 건 진행 상황 정리 좀 해주세요. 

중국 업체랑 국내 업체 비교 분석도 필요할 것 같고..."

 

"네, 알겠습니다.

품질인증 관련 요구사항도 같이 정리해놓을게요."

 

밥을 먹으면서도 일 얘기가 이어졌다.

영업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늘 바쁘다.

하지만 이런 게 영업의 매력이기도 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복잡한 상황들이 버겁게 느껴졌다.

여러 사람들과 동시에 소통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은 신뢰라는 것을.

 

 

 

 

오후가 되자 머리가 조금씩 맑아졌다.

미뤄뒀던 메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김 과장이 면도기 관련 자료를 들고 왔다.

 

"대표님, 일단 기본적인 비교표 만들어봤습니다."

 

자료를 훑어보니 꽤 괜찮은 분석이었다.

중국 업체와 국내 업체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특히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 업체가 확실히 앞섰다.

 

하지만 경험상 가격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납기, A/S, 품질 안정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았다.

특히 조달청 납품은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다.

책상 서랍에서 메모장을 꺼내

체크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 품질인증 취득 가능 여부

- 납기 일정 준수 능력

- A/S 네트워크

- 가격 경쟁력

- 안정적인 공급 능력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했다.

서두르다가 실수하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과장님, 다음 주까지 두 업체 모두에게

이 항목들에 대한 상세 자료를 요청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샘플은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다음 주 초에는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업체 모두 적극적이니까요."

 

오후 시간이 지나가면서 하루의 피로가 몰려왔다.

창밖으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숙취로 시작된 하루였지만,

의외로 많은 일들이 진행되었다.

 

노트북을 끄기 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선배님과 친구,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무엇보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투명하게 소통했다.

작은 오해도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대표님,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네, 김 과장님 수고하셨어요. 내일 봐요."

 

 

 

 

사무실이 조용해지고 나서야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내일은 더 정신 차리고 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비즈니스란 이런 것이다.

때론 고단하고, 때론 머리 아프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오늘처럼 조금 힘들더라도 정직하게 소통하는 것,

그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항상 옳은 선택이 된다.

 

퇴근길에 오른 차 안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신뢰라는 단단한 기반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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