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로 향하는 길
2025년 2월 4일 아침, 파주의 조형물 제조 공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조달 시장에서 조형물에 대한 수요 때문이다. 과거의 발주 이력을 분석해 보면 꾸준한 물량이 나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바빴다. 세무사와 통화하며 법인 이전에 대해 상담했다. 법인은 이미 안산에 있었지만, 파주로 이전하는 게 효율적일지 고민이었다.
"세무사님, 안산에서 파주로 옮기면 세무상 불이익은 없을까요?"
"크게 문제 될 건 없어요. 다만 이전 신고 절차는 꼼꼼히 해야 해요. 특히 부가세 정산이나 고정자산 이전 관련해서요."
"네, 그럼 이전하기로 결정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파주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터였다. 출발하기 전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도착 예정 시간을 체크했다. 길이 막힐 것을 감안해 여유 있게 시간을 잡았다. 차에 오르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공장 보증금, 시설 이전 비용, 초기 운영 자금까지. 숫자를 하나하나 짚어갔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창업을 할 때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운전대를 잡으며 머릿속으로 시장 분석을 되짚어봤다. 최근 현황을 보면 조형물 시장은 매력적이다. 특히 학교나 공공기관의 발주가 꾸준했고, 단가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경쟁사들이 다른 아이템에 비해 경쟁이 덜했다.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달리면서 내비게이션을 보았다. 도착 시간은 11시 30분. 점심을 먹고 공장을 둘러봐도 될 것 같았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이번에도 성공 스토리가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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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를 지나는 동안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 한 통이 왔다. 며칠 전 들렸던 정비소에서였다. 핸들 소리 때문에 들렸던 정비소에서 렌터카 업체를 소개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타이밍에...'
2주 전쯤이었다.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정비소를 찾았다. 7년 된 차라 이제는 이런저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차박을 다닐 때 샀던 차인데, 이제는 꽤 오래됐다. 정비소는 늘 그랬듯 차들로 가득했다. 기술도 좋지만 정직한 정비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부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사소한 문제들은 무상으로 고쳐주곤 한다.
8시간 정도 차를 맡기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동안에도 마음이 편했다. 그곳에 차를 맡기면 항상 그랬다. 불필요한 수리를 권하거나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지 않아 믿음이 있다. 퇴근 무렵 차를 찾으러 갔을 때였다. 수리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물었다.
"혹시 렌터카 하시는 분들 좀 아세요?"
"네, 몇 분 알고 있어요."
"그럼 연결 좀 시켜주세요. 나라장터에 등록하게요."
자연스럽게 나온 대화였다. 당시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비소 사장님의 인맥이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네, 연락드릴게요."
"좋은 인연이 되면 술 한잔 거하게 사겠습니다."
"자주 사주세요."
"네, 원하면 매일 사드릴게요."
가벼운 농담과 함께 헤어졌던 그날. 그로부터 2주가 지나고 연락이 온 것이다.
파주 IC를 지나며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비즈니스 파트너 리더스 DX입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조달청에 렌터카를 등록하여 임대를 해볼 생각입니다. 혹시 미팅이 가능하실까요?" 이런 전화를 수없이 했지만, 새로운 사업 앞에서는 여전히 설렌다.
"네, 저희 사무실이 고잔동인데 언제 한번 찾아오세요." 고잔역 근처라 접근성이 좋았다.
"네, 그러시면 제가 목요일 1시쯤 자료를 취합해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그럼 목요일 1시쯤 뵙겠습니다."
"네, 혹시 모르니깐 제가 목요일 10시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머릿속으로 정리를 했다. 조달청 등록에 필요한 서류들, 예상되는 비용, 시장 규모... 운전하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이 돌려봤다.
'작년 발주 건수가 얼마였지?' '경쟁업체는 몇 곳이나 될까?' '차량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메모가 필요했지만, 운전 중이라 목소리로 녹음을 했다. 나중에 사무실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파주 우리 부동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렌터카 건은 잠시 미뤄두고 공장 물건에 집중했다. 하지만 머리 속소는 렌터카 사업 계획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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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공장은 예상보다 괜찮아 보였다. 7년 된 건물이라 외관이 깔끔했다. 위치도 한적해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지게차나 대형 차량이 드나들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여기가 작업장이고, 이쪽이 사무실 공간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의 설명을 들으며 공간을 둘러보았다. 천장이 높아 크레인 설치도 가능해 보였다. 조형물 제작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내부를 둘러보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두 가지 생각이 돌아갔다. 하나는 공장 설비 배치도, 다른 하나는 렌터카 건이었다. 영업을 오래 하다 보면 멀티태스킹이 자연스러워진다.
"수도와 전기 용량은 어떻게 되나요?" "삼상 380V에 75kW까지 가능합니다." "화장실은 몇 개인가요?" "1층에 1개 있습니다."
꼼꼼하게 체크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렌터카 사업 구상이 계속됐다. '조달청 렌터카 등록에 필요한 서류는...'
부동산과 조건을 조율하고 가계약을 했다. 시간이 벌써 오후 2시였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노트북을 펼쳤다.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조달청 사이트부터 열었다. 렌터카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작년 발주금액, 건 수, 평균 계약 금액, 주요 발주처... 모든 정보를 엑셀에 정리했다. 기초 작업부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3시. 퇴근 시간대를 피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했다. 파주에서 안산까지는 평소엔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퇴근 시간에 걸리면 3시간까지도 걸릴 수도 있다.
노트북을 닫으며 생각했다. '렌터카 기획서는 사무실에서 마저 작성하자.'
하지만 차에 오르자마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문득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운전대를 잡은 채 잠시 멈춰 섰다. 엔진은 켜놓은 채 휴대폰을 꺼내 음성 메모를 눌렀다.
"렌터카... 조달청 등록... 차량 관리..." 떠오르는 생각들을 빠르게 기록했다. 아이디어는 즉시 기록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생각했다. 렌터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조달 시장은 다르다. 여기에는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 바뀐 나라장터 시스템은 기회가 될 수 있다. 25년 1월 6일부터 시행되는 새 시스템에 적응하는 동안, 시장은 잠시 혼란스러울 것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다수 공급자 (mas)에 제한을 받는다. 이때가 새로운 아이템을 진입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차량 관리는 정비소와 협력하면 되겠다.' 정비소 사장님과는 이미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렌터카 회사를 소개해 준 것도 그 신뢰가 바탕이 됐을 것이다.
퇴근 시간을 피해 운전하면서 사업 구상을 이어갔다. 조달청 렌터카 시장은 매력적이었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은 계약이 성사되면 안정적인 거래처가 된다. 대금 회수 걱정도 없다. 머릿속으로 숫자를 굴리다 보니 어느새 매송 톨게이트가 보였다.
'조달청 렌터카 시장은 특별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건 차량 관리였다. 정비소와의 협력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초기에는 소형차 위주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소형차는 관리가 쉽고 수요도 안정적이다. 특히 공무원들의 출장용으로 많이 찾는 차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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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 이었다.
- 먼저 파악할 것들
- 조달청 렌터카 시장 규모
- 주요 경쟁사 현황
- 차종별 수요 분석
- 지역별 발주 현황
운전하면서도 계속해서 떠올랐다. 신호가 걸릴 때마다 음성 메모로 기록했다. 천천히 차가 막히는 도로를 따라가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파주 공장과 렌터카 사업. '조형물 제작은 주로 지자체 발주인데, 렌터카는 관공서 발주 군.' 같은 관공서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라는 신뢰도도 두 사업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무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며 생각했다. '오늘은 밤이 길어지겠군.'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시계는 저녁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밖으로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오늘은 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나라장터 사이트에 접속했다. 작년 렌터카 발주 현황을 엑셀로 정리했다. 지역별, 차종별, 계약 기간별로 데이터를 분류했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지역에서 발주가 꾸준하네.' '소형차는 평균 계약기간이 1년, 중형 차는 2년...' 메모장에 떠오르는 생각들로 적어 내려갔다. 차량 구입 계획, 보험 견적, 예상 운영비용... 숫자들이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무실 벽시계가 9시를 가리킬 때쯤, 첫 번째 시뮬레이션이 완성되었다. 커피를 한 잔 더 마시며 두 번째 시뮬레이션을시작했다. 이번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계약 지연, 차량 사고, 정비 비용 증가...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했다. 밤 11시가 되어갈 무렵, 모니터 앞에는 여러 개의 엑셀 파일이 펼쳐져 있었다. 데이터는 점점 더 명확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량 관리만 잘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경쟁사들은... .' 나라장터에 등록된 렌터카 업체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피로가 몰려왔다.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았다. 바로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 계획이었다. 차량 사고, 고장, 긴급 대차...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정비소와의 협력이 핵심이 되겠어.' 정비소가 단순한 수리 업체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정이 가까워질 때쯤, 마지막 시트를 저장했다. 목요일 미팅에서 보여줄 자료는 거의 완성되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장을 연구하고, 수익성을 계산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니터 앞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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