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첫 번째 일과는
KCL 인증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메일함을 열 때마다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 들어온 메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검토 진행 중입니다"라는
짧은 답변뿐이었다. 깊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한창 바쁠 공장 설비들이 잠잠히 멈춰 서 있는
모습이 창 너머로 보였다.
완벽하게 준비된 설비들은 KCL 인증이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육상 선수처럼 보였다.
"아직입니까?"
대표님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네, 아직이에요. 심사가 꽤 오래 걸리네요."
이 기다림의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힘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표님의 표정은 늘 차분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기다림을 경험해온 그분은,
이런 시간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매일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코트라 홈페이지를 뒤적였다.
동남아시아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각국의 세제 시장 현황을 분석했다.
특히 베트남 시장에 관심이 갔다.
9천만 명이 넘는 인구, 매년 6-7%대의 경제성장률,
한국 제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다.
시장 조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베트남의 세제 시장은 아직 프리미엄 제품이 부족했다.
대부분의 제품이 중저가 시장에 집중되어 있었고,
점점 늘어나는 중산층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는 이미 현지화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베트남의 기후와 수질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했다.
KCL 인증이 나오는 즉시
현지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는 게 답답하시죠?"
연구소장님이 커피를 건네며 물으셨다.
우리는 자주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남아 이야기를 나눴다.
베트남의 덥고 습한 기후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제였다.
제품의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포장재의 방습 성능을 높이는 방안부터,
현지 물의 경도에 따른 세정력 조절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산적해 있었다.
물류팀에서는 해상 운송 루트를 검토하고 있었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주요 항구부터 내륙 운송까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그들의 과제였다.
운송 비용이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마케팅팀은 현지 시장 진입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노이와 호치민의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입점을 추진하되,
점차 중소형 마트로 유통망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현지 중산층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를 설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자네가 준비한 자료들 말인데..."
어느 날 대표님이 사무실로 부르셨다.
책상 위에는 내가 몇 주간 준비한
시장 조사 보고서가 펼쳐져 있었다.
대표님은 꼼꼼히 보고서를 검토하신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KCL 인증을 기다리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간은 우리에게 더 큰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인증이 나오는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모든 계획과 준비를 철저히 해나갔다.
매일 아침
KCL 인증 현황을 확인하는 일은 계속되었지만,
더 이상 답답하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이 시간이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한 우리의 여정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마케팅팀에서 준비한 베트남
시장 진입 전략 보고서는 매우 상세했다.
현지 소비자들의 세탁 습관부터 선호하는 향까지,
세세한 부분들을 모두 조사해 놓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K-제품이 이렇게
인정받고 있었네요."
마케팅 팀장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 스크린에는 베트남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 선호도 그래프가 떠있었다.
화장품, 전자제품에 이어
생활용품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높았다.
연구소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실험이 이어졌다.
베트남의 기후를 재현한 항온 항습식에서는
제품의 보관 안정성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현지의 평균 기온과 습도를 정확히 맞춰
제품의 변질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이 정도 습도 면 포장재를 더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구원들은 밤늦게까지 남아 데이터를 분석했다.
때로는 실패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냈다.
포장재의 방습 코팅을 두 겹으로 늘리고,
밀봉 방식을 개선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영업팀은 현지 바이어들과의
온라인 미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KCL 인증은 나오지 않았지만,
사전 미팅을 통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했다.
베트남어로 된 제품 소개서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통역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영업팀 신입사원이 자청했다.
알고 보니 그는 대학 시절 베트남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물류팀은 운송 비용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해상운송과 내륙운송을 조합해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컨테이너 적재 방식부터 현지 창고 임대 비용까지,
모든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냈다.
"이 루트로 가면 운송비를 15% 절감할 수 있습니다."
물류팀장이 제시한 방안은 놀라웠다.
기존 무역회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 대신,
새로운 복합 운송 방식을 제안한 것이었다.
재무팀에서는 수출에 필요한 자금 계획을 수립했다.
초기 비용부터 운전자금까지,
향후 3년간의 소요 자금을 예측하고
조달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의 수출 지원 사업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KOTRA의 수출 초보기업 지원 사업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무팀의 제안은 현실적이었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초기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법무팀은 계약서 검토에 들어갔다.
아직 실제 계약 단계는 아니었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베트남 현지 법률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수입 허가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법무팀장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 못할 건 없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우리의 준비는 계속되었다.
KCL 인증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시간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우리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소중한 준비 기간이었다.
어느 날 퇴근길,
대표님이 내게 물으셨다.
"자네는 왜 이렇게 수출에 자신이 있나?"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대답했다.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우리 직원들이 있잖아요."
대표님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 미소 속에는 30년 넘게 이 길을 걸어오신
베테랑의 여유가 담겨있었다.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직도 KCL 인증은 진행 중이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미 새로운 희망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인증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더 큰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전체 회의가 열렸다.
KCL 인증을 기다리는 동안
각 부서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회의실 벽면에는 베트남 지도가 크게 걸려있었고,
주요 도시마다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류팀의 발표가 이어졌다.
중부 지역의 거점 도시인 다낭이
새로운 후보지로 떠올랐다.
관광도시로 유명하지만,
물류 중심지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했다.
연구소에서는 특별한 발견이 있었다.
베트남 현지 수질 샘플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물의 경도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
"북부와 남부의 수질이 꽤 다릅니다.
제품을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어요."
연구소장님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품을 이원화하면 비용이 증가할 텐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고객 만족 아닙니까?"
젊은 연구원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은 특히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마케팅팀은 SNS 반응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베트남 최대 SNS인 잘로(Zalo)에서
세탁세제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것이었다.
"현지 소비자들은 향에 특히 민감해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마케팅 팀장이 화면을 넘겼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세탁 장면을 캡처해서
공유하는 게 유행이라는 겁니다.
특히 거품이 풍성한 장면이요."
회의실에 작은 웃음이 퍼졌다.
한류의 영향력은 이런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법무팀은 현지 법률 자문사를 선정했다는 보고를 했다.
호치민에 있는 중견 법무법인으로,
한국 기업들을 전문적으로 자문해온 곳이었다.
"이번 주까지 수입 인허가 관련 검토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무팀의 발표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수출보험 공사의 지원 사업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실사만 통과하면 됩니다.
우리 공장 설비나 품질관리 시스템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퇴근 후,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베트남어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
영업팀 신입사원이 강사가 되어 기초적인 회화를 가르쳤다.
"쯤 껌 언 "
서툰 발음이지만,
모두가 열심히 따라 했다.
'감사합니다'라는 뜻이었다.
늦은 밤,
사무실에 남아 메일을 확인하던 중
베트남 바이어로부터 연락이 왔다
. KCL 인증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만 기다리는 게 아니네요."
옆자리의 동료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모니터에는 베트남 시장 조사 보고서가 켜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대표님이 전 직원을 회의실로 모았다.
"여러분,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 하나 깨달은 게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신 대표님이 천천히 이어갔다.
"KCL 인증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시작점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미 그 너머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그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인증을 기다리기만 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베트남에도 이렇게 비가 내리겠죠?"
머지않아 우리 제품이 그곳에서도
사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KCL 인증을 기다리는 시간은
우리에게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여유를 준 셈이었다.
이제 우리는 준비되어 있었다.
KCL 인증이 나오는 그 순간,
우리는 즉시 움직일 수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설레는 기다림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매일 아침, 직원들은 서로 베트남어로 인사를 나누었다.
"씬 짜오"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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