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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더스 DX 스토리

실제 사례 9] 조달청 컨설팅의 새로운 제안

 

 

매서운 한파가 물러나고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지던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사무실 창가에 앉아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오전부터 쌓여있던 미팅 일정들을 정리하고,

다음 주 출장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다.

 

"따르릉..."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달청 컨설팅 업체였다.

 

"안녕하세요,

이 대표님 덕분에 출장을 잘 다녀왔습니다."

 

나는 늘 그래왔듯이,

먼저 상대방의 안부를 물었다.

일이 잘 풀렸는지, 가족들은 잘 지내시는지.

사소한 관심이 신뢰를 쌓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요즘 날씨도 좋은데 라운딩

한번 나가실까요?"

 

"아이고, 김 대표님은 항상 이렇게 세심하시네요.

좋죠 시간 내어 한번 다녀오시죠."

 

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후,

그가 본론을 꺼냈다.

 

"김 대표님 소식을 잘 듣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군납용으로 가루세제를

등록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아~ 가루 세제요?"

순간 귀가 솔깃해졌다.

가루세제라... 요즘은 거의 보기 힘든 제품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게 보급품으로 나가나요?"

의아한 마음에 되물었다.

 

"예, 아직 보급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있어요."

 

그의 설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해 보았다. 

군납... 그것도 세제라면 물량이 상당할 것이다.

전국의 군부대에서 사용할 물량이니까.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업체를 찾아보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모니터 화면에는 아까부터 열어둔 메일이 그대로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새로운 프로젝트로 가득 찼다.

 

'가루세제 제조업체를 어떻게 찾아볼까...'

 

단순히 인터넷에 '가루세제 제조업체'를

검색해서 미팅을 잡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건 신뢰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다.

 

15년이 넘는 영업 경험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신뢰 관계의 중요성이다.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찾아가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쌓여있는 경계심도 줄일 수 있고,

계약 성공률도 높아진다.

 

물론 이런 방식에는 비용이 따른다.

 소개해 준 분들께는 그에 맞는 보상을 해드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혼자 모든 것을 독식하기보다는 함께 나누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영업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소개받은 업체에서 다른 업체를 소개받고,

그 업체에서 또 다른 기회가 생기고...

이런 선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일 안 하고 돈 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 심리를 가져왔을 뿐이다.

 

 

 

 

 

'누구한테 연락해 볼까...'

 

휴대폰을 들고 주소록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다양한 인맥이 있었다.

화학업계 사람들, 제조업 종사자들, 유통업자들...

누군가는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며칠간의 수소문 끝에 반가운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서 사장님이었다.

 

"김 대표,

가루세제 만드는 업체 찾고 있다면서?

마침 내가 아는 데가 있는데..."

 

동인천에 있는 업체라고 했다.

연마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회사인데,

세제류도 만든다고 했다. 곧바로 약속을 잡았다.

 

방문 당일,

내비게이션을 따라 동인천 공단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는 이 지역이 새삼 낯설었다.

한때는 이 근처에서 영업을 했었는데,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공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무실로 향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친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사장님은 예상했던 것보다 젊어 보였다.

50대 초반 정도?

단정한 차림새와 온화한 미소가 첫인상부터 좋았다.

 

명함을 주고받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늘 그래왔듯이,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가벼운 대화로 시작했다.

 

"동인천 쪽에 오랜만에 오게 되네요.

예전에 이 근처에서 영업할 때가 생각나네요."

 

"아, 그러시군요. 언제 오셨었나요?"

 

"한 10년 전쯤이었을까요?

그때는 이 근처가 더 활기찼던 것 같아요."

 

"맞습니다. 요즘은 좀 침체되어 있죠.

하지만 이곳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오래된 노포들도 많고..."

 

"맞아요. 오래된 맛집이 많죠".

 

"다음에 시간 되시면 제가 아는 생선구이 집 한

번 모시고 싶네요."

 

"아이고, 영광입니다. 

꼭 끼니때 와야겠네요."

 

이렇게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예기는 들으셨죠?

조달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신지 궁금해서요."

 

사장님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아... 예전에 저희도 조달청 등록하려고 했는데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중간에 포기했네요.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하고..."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게 느끼시죠.

하지만 이번에 저희 쪽과

계약을 하시고 진행하시면 수월하실 겁니다.

저희가 모든 절차를 도와드리니까요."

 

"네

그럼 이참에 한번 잘 배워보고 싶네요."

 

대화를 나누면서 이 회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주력 제품은 연마제였다.

반도체 장비용부터 보석 가공용까지

다양한 종류의 연마제를 생산하고 있었다.

세제류는 부가적인 사업이었는데,

주방 세제나 다목적 세제 같은 

액상 제품을 주로 만들고 있었다.

 

가루세제는...

설비는 있지만 지금은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생산을 중단했다고 한다.

 

"실은 가루세제 설비를 처분할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다행이네요."

 

 

 

 

1차 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나는 그들이 준 카탈로그를 자세히 검토했다.

등록 가능한 품목들을 하나씩 체크해나갔다.

 

'음, 주방 세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환경표지 인증이 필요하네.

연마제는 나라장터 종합 쇼핑몰에

이미 등록된 업체들이 있으니 일단 보류... 가루세제는...'

 

그때 입찰공고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물량이었다.

즉시 공고문을 제조사에 전달하고 문자를 보냈다.

 

"대표님,

혹시 이 기간에 이 정도 수량 생산이 가능한가요?"

 

답장이 빨리 왔다.

 

"김 대표님, 이건 말이 안 되는데요.

이 정도는 대기업에서도 될지 모르겠네요.

생산 기간이 너무 짧아요.

그렇다고 재고를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거고요."

 

맞는 말이었다.

입찰은 말 그대로 로또와 같다.

백이면 백, 내가 낙찰될 거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미리 재고를 쌓아두는 건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마치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곰처럼...

그것도 감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질 확률이

몇 퍼센트 되지도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아쉬웠다.

특히 제조사 대표님의 간절함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노후된 설비를 처분하려고 고민하던 차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인데,

이대로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

 

나는 책상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았다.

 

 

 

 

 

규모를 줄여서 시작하는 방법,

다른 업체와 협력하는 방법,

생산 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방법...

분명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창밖으로 저녁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하지만 나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메모장을 펼치고 천천히 아이디어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의 경험이 그것을 증명해왔다.

 

"자, 어디 한번 해결책을 찾아볼까..."

 

나의 이번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직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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