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장지인
성남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차 안의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7시 미팅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전날 예약해 놓은 유람선을 타기 위해
장회나루로 향했다.
며칠 동안의 출장이 피곤했지만,
오늘만큼은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로 향했다.
티켓을 받아들고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유람선을 타기 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제천 사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장회나루 유람선 타고 있습니다.
날씨가 정말 좋네요.
잘 쉬다 갑니다!"
"아이고, 날씨가 너무 좋네요.
좋은 구경 하시고, 조심히 올라가세요."
사장님은 바로 문자를 보내 주셨다.
유람선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마치 캔버스처럼 깨끗했고,
충주호의 물결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승객들은 2층으로 올라가 자리 잡고 앉았고,
나는 1층 창가 자리를 차지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충주호 유람선 가이드입니다.
오늘 날씨가 정말 좋죠?
이런 날씨에 유람선을 타시다니,
여러분 모두 복이 많으십니다."
가이드의 밝은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금 보이시는 오른쪽 바위를 보시면,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시죠?
이 바위는 '독수리바위'라고 부르는데..."
처음에는 그저 바위일 뿐이었는데,
설명을 들으니 정말 독수리 모양이 보였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왼쪽으로 보시면 거북이 바위가 보이실 겁니다.
거북이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승객들이 웃으며 동의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 저기 보이시는 흔들바위입니다.
설악산에 있는 것을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니고요
여기 충주호에도 흔들바위가 있습니다."
50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처음에는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충주호의 마지막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선하면서 주차장을 바라보니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이러다가 주차장에서 빠져나가기 힘들겠는데..."
서둘러 차에 올랐다.
예상대로 주차장 출구는
이미 복잡해지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큰 지체 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제천 국도로 접어들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도로 양옆으로 단풍나무들이 늘어서 있었고,
붉은빛과 노란빛이 어우러진 잎들이
가을의 정취를 자아냈다.
마치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는 것 같았다.
"이런 날엔 창문 열고 달리고 싶은데..."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핸들을 잡은 왼팔을 창틀에 걸치고,
라디오를 채널을 돌렸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왔다.
라디오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번 곡은 김장훈의 '고속도로 로망스'입니다."
"아, 이 노래..."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며 운전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서서히
가을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도로 위로 벌써 떨어진 낙엽들이 흩날렸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은 계속해서 경로를 재탐색했다.
"예상 도착 시간이 30분 지연되었다."
한숨이 나왔다.
마치 마지막 출장지가
나를 붙잡아두려는 것만 같았다.
오후 4시에 출발했으니 벌써 3시간째였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업체 번호였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쯤 오고 계신가요?"
다행히 거의 다 와있는 상태였다.
"네, 목적지까지 5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방은 미리 잡아놨고요,
호텔 지하 주차장에 차 세우시면 됩니다."
"네? 호텔을... 정말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편히 쉬셔야죠."
전화를 끊고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성남 위례 밀리토피아 호텔.
위치를 찾아보니 정말 5분 거리였다.
호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짐을 들고 로비로 향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봤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설렜다.
잠시 후
업체 담당자분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성남의 진어 참치였다.
가게에 들어서자
신선한 생선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여기가 성남에서 참치 회로는
제일 맛있는 집이에요."
담당자분이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제가 추천하는 대로 드셔보세요.
사장님! 참코스로 두 명이요!"
소주잔이 채워지고,
붉은색 깔의 참치 회가 나왔다.
진어 참치 사장님이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하얀 접시 위에 빛나는 회를 올리고,
무순과 생강, 와시비를 간장에 살짝 적셔,
첫 잔을 비우고 한 잎에 넣었다..
"사실 저는 송파구에서 일하면서
세종사이버대학 드론 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아, 그러시군요.
저도 일하면서 극동대학교
다니고 있는데, 정말 비슷하네요!"
"진짜요? 일하면서 공부하기 쉽지 않죠?"
"네, 그래도 미래를 위해 배워두려고요."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두 번째 병을 따면서
담당자분이 휴대폰을 꺼내셨다.
"이거 한번 보세요. 제가 하는 드론 축구예요."
영상 속에서 드론들이
골대를 향해 날아다녔다.
마치 공중에서 펼쳐지는
축구 경기 같았다.
"와, 정말 신기하네요!"
"이제는 드론으로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날이 올 거예요.
벌써 국가대표도 있고,
국제 대회도 열리고 있죠."
"일본은 벌써 클럽도 생기고 있어요?"
"네, 근데 손가락으로 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최고잖아요.
게임 강국 대한민국!"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늦었다.
담당자분께서 호텔까지
데려다주시며 말씀하셨다.
"내일 9시에 콩나물 해장국 같이 먹자고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
성남에서의 마지막 미팅은
그동안의 경험이 집약된 순간이었다.
더 이상 처음처럼 긴장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허둥지둥 전화를 걸어보니
담당자분은 이미 출근하신 후였다.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서..."
"아니에요,
오늘 10시까지 출근하는 날이라
어차피 먼저 나와야 했어요.
푹 쉬다 가세요!"
혼자서 근처 전주 현대옥으로 향했다.
콩나물 해장국이 유명하다고 했다.
가게에 들어서자
진한 콩나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콩나물 해장국 하나요!"
얼큰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
콩나물과 밥은 무제한 리필이라고 했다.
땀이 흘러내렸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뜨거운 국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와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6일간의 긴 출장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 출장을 돌아보게 됐다.
많은 것을 배웠다. 실수도 했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성장했다.
때론 실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발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처럼 골프 연습도 안 하고
라운딩도 못 가고 있다.
대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블로그를 쓴다.
마케팅을 연구하고
영업을 계획한다.
조달청 공고를 검토하면서도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
각 회사가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을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할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오늘도 입찰 공고가 새로 올라왔네."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행복하다.
좋아하는 골프를 못 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계획대로 움직이는 삶이
더 충실하게 느껴진다. 사무실에서,
새벽의 고요 속에서 하루를 계획하고
회사의 비전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그리고 또 다른 목표가 생겨났다.
"비즈니스 컨설턴트"
아직은 미숙하지만
시간이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출장 중에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남원에서 양계장 하시는 형님들,
부안에서 업체를 소개해 주려고
여기저기 지인에게 전화하셨던 사장님,
부산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
실수를 인정하고 기회를 만든 경주 사장님,
능이 백숙이 일품이었던 제천.
장회나루에 유람선
그리고 마지막
성남에서 만난 드론 축구하시는 분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더 들면 이런 패기로 움직이기 힘들었겠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그것도 단 6일 만에. 때로는 힘들었고,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상대방의 관심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창 밖으로 동이 트기 시작한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6일간의 출장이 가르쳐 준 것처럼,
매 순간이 새로운 배움의 기회다.
이제 더 이상 골프 칠 시간이 없어도 괜찮다.
내 인생의 새로운 홀에서,
나만의 버디를 날리고 있으니까.
"오늘도 파이팅!"
작은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
6일간의 출장이 남긴 값진 경험들과 함께.
컨설팅이 필요하면 명함을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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