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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더스 DX 스토리

[실제 사례] 영업맨의 2000km 도전기

"창가에 비친 달빛처럼 고요히 술잔을 기울일 때,
새로운 역사의 문이 열린다"

 

 

역사는 밤에 술로 이뤄진다. 

 

해 질 녘, 사무실 창가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책상 위에는 수십 장의 명함이 흩어져 있었고,

 나는 그 속에서 다음 영업 방향을 고민하고 있었다. 

 

무심코 바라본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갈 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조달청 등록만으로는 부족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우리 회사의 차아염소산수 살균제는 

이미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실전에서 15년을 뛴 영업맨의 촉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장터에 등록되어 있다 한들, 

실제 사용자들의 인정 없이는 진정한 성공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제품의 진가는 현장에서 입증되어야 했고, 

그래야만 입소문도 나고 관공서 발주도 자연스레 따라올 터였다.

 

 

 

 

 

밤하늘에 첫 별이 반짝이기 시작할 무렵,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현장이다."

바로 현장으로 가야 한다. 

 

실제로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용할 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그래, 조달청에 등록되어 있다고 해서 관공서만 쫓아다닐 게 아니야.

실제 사용자들에게 인정받고,

입소문이 나면... 그게 진짜 시작이지."

축산농가로 가보자. 특히 양계장이 좋겠다. 

마우스를 들어 포털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축산업 현황, 양계장 분포도, 지역별 가축 사육 현황... 

밤이 깊어갈수록 모니터 속 정보들은 쌓여갔다.

"여기다!"

전라도 남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축산업 밀집 지역 중 하나였다.

지도를 펼쳐놓고 경로를 그리다 보니 욕심이 났다.


"이왕 가는 거, 남부지방을 한 바퀴 돌아볼까?"

 

남원, 부안, 부산, 경주, 의성, 제천...
지도를 펼쳐놓고 경로를 그리다 보니 걱정이 앞섰다. 

'이 긴 거리를 혼자 운전하면서 영업이라니...' 

 

하지만 이미 칼을 뽑은 마당에 무라도 베야 했다. 

각 지역 지인들에게 연락해 주변 거래처들을 수소문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기를 들었다.

"형님, 죄송한데 남원 쪽에 큰 양계장 아시는 데 

있으시면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침 4월부터 협회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전라도 부안 출신 지인들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 남원의 한 양계장을 소개받았고, 

나는 곧장 남부지방 영업 투어를 계획했다.

그렇게 시작된 연락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부안의 지인에게서 남원의 연락처를 받고,

그곳에서 다시 주변 지역 정보를 얻었다.

 

 

 

 

며칠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미팅 할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책상 위에는 빼곡히 메모가 적힌 수첩과 명함들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출발 전날 밤, 

차량 점검을 마치고 필요한 자료들을 챙겼다. 

제품 샘플, 회사 소개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 제품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쯤, 묘한 설렘이 밀려왔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첫 목적지는 남원의 한 대형 양계장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정말 양계장이야...?"

 

상상 이상이었다. 

각 동마다 3만 마리씩, 

총 12개 동에서 36만 마리의 닭이 사육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이 거대한 시설을 

단 네 명이 관리한다는 사실이었다. 

형제 둘과 외국인 근로자 둘, 총 네 명이 

2개월마다 36만 마리를 출하시키고 있었다.

천장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고,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중앙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로 12개 동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고 미팅을 시작했다.

나는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사포닌 계란 개발과 차아염소산수 살균제에 대해 설명했다.

살균제 쪽은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들도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살균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포닌 계란 이야기에서 

첫 번째 실수가 드러났다. 

내가 찾아온 곳은 육계 농장이었고, 

사포닌 계란 프로젝트는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해야 했다. 

기본적인 시장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온 것이다.

그렇게 첫 미팅이 끝나고, 

나는 10년 동안 익혔던 나만의 영업 비법을 꺼내 들었다. 

바로 '식사 자리'였다.

"이렇게 바쁘신 시간 내 주셨는데 제가 식사 대접해도 될까요? "

정중하게 물어봤다. 

 

 

 

 

 

경험상, 아무리 딱딱한 분위기의 미팅이라도

식사 자리에서는 달라진다.

특히 술잔이 오가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고 첫 잔이 오가던 중, 

양계장 동생 분이 던진 질문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런데 말이에요, 인삼이 좋은 건 알지만, 

그걸 닭한테 먹이면 영양제 값이 너무 올라가지 않나요? 

어떤 양계장에서 그걸 선호하겠어요?"

순간적으로 나온 내 대답이 이날의 반전을 만들어냈다.

"아, 저희 제품은 인삼 추출물이 아니에요. 

나무들을 혼합할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테이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런 중요한 얘기를 왜 이제야 하시는 거예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고객에게는 

결정적인 정보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자리는 2차, 3차로 이어졌다. 

술자리가 깊어질수록 대화는 더욱 깊어졌고, 

우리는 어느새 형, 동생 사이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잔을 비우면서 그들이 던진 제안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양계장 큰 형님이 말씀하셨다. 
"우리가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

닭 면역력 증진 제품으로 방향을 잡아보는 건 어때?"

나는 최대한 빨리 만들어 보겠다고 하고 

판권을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옛말 하나가 떠올랐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고, 술자리에서 시작된다..."

첫날부터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을 보면, 

앞으로 남은 여정이 더욱 기대되었다. 

부산, 경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남원의 아침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이것은 단순한 영업 여행이 아니었다. 

우리 제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여정이었고,

 진정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성 있는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